D+80 평온한 하루하루
2017. 3. 16. 평온한 나날이다. 적응하기 어려웠던 아르바이트도 이젠 눈치껏 해야 할 일이 바로바로 보일 정도로 잘 적응했고, 아팠던 몸도 잘 먹고, 최대한 쉬고, 한국에서 가져온 약도 먹으면서 많이 회복됐고, 쉬는 날에는 음악을 들으면서 미뤄뒀던 책을 읽고, 평소에 먹고 싶었던 한국음식을 해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불안정하던 몸과 마음이 이제야 다시금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조금 외롭고 쓸쓸한 것은 변함없지만 :)별다른 일 없이 차분하게, 조용하게 지나간 일주일이었다. 비가 오는 탓에, 하늘도 우중충하고 공기도, 색감도 축축하던 출근 길, 신주쿠.축축하지만 촉촉한 기분이 드는 고요한 느낌. 퇴근 시간. 가부키초 입구.한국으로의 단체 관광이 중지된 탓일까, 요즘따라 중국인 단체 관광으로..
D+64 월급 그리고 고민
2017. 2. 28. 월급 받았다!드디어 한달 꽉 채워서 일한 월급을 받은 날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까지는 그냥 덤덤하게 일 했는데, 급여를 받을 시간이 가까워져 갈 수록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입꼬리는 계속 하늘로 솟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월급 수령!...기쁨도 잠시, 일 끝나고 은행 ATM에 들러 돈을 전부 입금하고 오는데 막막한 기분이 스멀스멀 나를 감쌌다. 물론, 열심히 일 하시며 성실하게 살아가시는 모든 분들은 느끼시는 기분이겠지만, 열심히 벌었지만 나가야 할 돈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 그 때.이번 달에 내야 할 집세. 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서 내지 못하고 있었던 공과금. 입을 옷 사야 할 의류비. 쌀이 떨어졌으니 써야 할 식비. 내야 할 건강보험료. 어차피 써야 할 대중교통비 쓸..
D+62 처음으로 점장과 긴 대화
2017. 2. 26. 처음으로 점장과 길게 대화했다. 정말 기록하고 싶을 정도로 역사적인 날이다. :')여러번 언급했지만, 알바하고 있는 가게에서는 다들 말도 별로 없고 그나마 다른 일본인 직원분들 끼리는 말 잘 하지만 결국 외노자인 나하고는 정말 아무런 대화가 없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점장하고 길게 대화했다! 주제가 조금... 내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쉬는 날엔 여자친구하고 놀아? · 여자친구가... 없습니다... :'(- 아 그렇구나. 일본인 여자친구 사귈 생각은 없어? · 전 국적 상관 없이 그냥 좋으면 좋습니다. 하하- 나하고 친한 사람 중에 한국인하고 사귀는 사람 있어. 신기하던데? 이런 사람 본 적 있어? · 네 있습니다. 주변에 좀 있어요. 어떤 분이신데요? - 건너편 카페 하고 있..
D+60 뒤늦은 계약서
2017. 2. 24. 아르바이트 계약서 작성.일을 시작한지 한달이 훌쩍 지났다. 여전히 알바 하면서 모르는 일이 많지만, 어느정도는 혼자서 기본적인 일은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너무 떨리고 걱정됐는데, 역시 시간이 약!오늘도 힘내서 출근을 했는데, 점장님이 날 부르더니"도장 가져왔니?" "네? 아니요, 안가져왔는데요."갑자기 예고도 없이 도장을 가지고 있냐고 하시길래 당황했다. 점장은 그 길로 가게 밖으로 나가셨다. 몇 분 후, 점장이 백엔샵에서 내 성이 새겨진 도장을 사왔다. 내 이름에 쓰인 한자가 일본에서도 성씨로 사용하는 한자라 쉽게 백엔샵에서 사왔다고 하셨다. ( ※ 일본에서는 중요한 문서에는 꼭 본인의 도장이 필요하다. 서명은 효력이 없다. )도장을 주시면서, 4장이나 되..
D+56 싱숭생숭
2017. 2. 20. 싱숭생숭오늘도 어김없는 출근, 매일 같이 마주하는 출근길이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오늘 아침은 17도를 넘어가는, 봄이라 해도 좋은 날씨였다. 출근하는 시간이 그다지 기분 좋은 시간은 아닌데 좋은 날씨 덕분에 기분 좋게 출근했다.날씨가 좋아서일까, 월요일인데도 손님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오늘따라 친구끼리, 커플끼리 온 사람들이 많아서 괜히 신경이 쓰였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점 처럼 금방 먹고 일어나는 시스템이다.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면서 식사를 즐길만한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같이 오는 손님들이 이렇게 많다니!솔직하게 말한다면, 괜히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고, '정말' 신경이 쓰였다. 이렇게까지 신경이 쓰일 줄은 생각도 못했네. 아..
D+55 정말 바빴다
2017. 2. 19. 정말 바빴다. 지금까지 알바 하면서 가장 바빴던 날이었다. 항상 바빴다, 힘들었다 라고 했지만 아.. 제일 바빴다. 주말, 공휴일에는 어느 음식점이나 다 바쁘겠지만 유독 관광객 분들도 많았고, 단체 손님들도 많았다. 게다가, 원래 최소 3명은 함께 같이 일 하는데, 한 분이 집안 사정으로 갑자기 못나오게 되어서 나와 나이 많으신 한 분이 일 하는 사람의 전부였다. 주말이기도 하고, 한 분이 못나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음식 재료 준비를 평소보다 훨씬 많이 해 두었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이미 준비해 둔 재료들은 동이 나 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다듬고, 씻어야만 했다. 두 명이서 재료 준비하고, 손님 맞이하고, 주문 받아서 음식 내고, 설거지..
D+53 무념무상
2017. 2. 17 무념무상(無念無想)여전히 어제와 같은 하루. 어제 유난히 몸도 마음도 힘들어서, 아침 출근길의 발걸음이 조금도 가볍지 않았다. 마음은 집 안에 있는데 몸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는 기분.평소와 다름없이 집을 나서고 평소와 다름없이 전철을 타고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를 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손님을 맞고 평소와 다름없이 청소를 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을 했다. 오늘은 일 하면서 내가 스스로 '기계' 가 되었다 생각 해 봤다.무념무상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다른 생각 하지 않고 마냥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옆에서 같이 일하시는 분이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말 할 정도로 움직였다. 그렇게 일 하고 나니, 금방 시간이 지나가 버린 느낌. 무념무상. 오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다...
D+52 고되다, 고되
2017. 2. 16. 고되다.한국을 다녀오느라 시간을 보내고 나서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타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신병위로휴가 나갔다가 4.5초 만에 부대로 복귀한 것 같은 느낌. 하하하 이런 느낌 굉장히 오랜만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굉장히 강렬했던 해방감과 즐거움 이라고 하면 될까. 물론 한국에 있어도 당연히 나름 고되고, 내가 지금 일본에 있는 것은 내 의지로, 내가 원해서 있는 거니까 고되다고 할 건 없는데, ... 일본 생활 중에, '아르바이트'가 고되다. :') 한국에 잠시나마 돌아가 보니, 정말 머리가 반짝! 하고 맑아지는게 느껴졌었다. 그만큼 일본에서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었나보다. 그리고 일본 와서 그렇게 많이 먹고 알바 못하는 동안 잘 쉬었는데도 3kg이나 빠졌다. 동생..
D+46 생각하지 못했던
2017. 2. 10. 얼떨떨 하면서도 기쁘다.오늘도 어김없는 알바. 그리고 오늘도 점장과 나 단 둘만의 근무. 일하면서 해야 할 말만 할 뿐 그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비가 온 어제보다는 손님이 많았지만 그래도 평소보다는 적은 느낌. 그래서인지 시간은 정말 느리게만 흘렀다. 겨우 3시가 되어서 휴게실로 올라가 30분간 휴식을 하고 돌아왔는데, 점장이 주방 밖에서 불렀다. 택배 박스를 뜯더니 그 안에 있던 내용물을 내 손에 쥐어주셨다.'한국으로 잠시 돌아가니까 주는 お土産'헉.이런 선물을 주셨다. 히로시마산 과자라고 한다. 한국인들도 잘 먹을 것 같아서 샀으니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하셨다. ... 아 머리를 한대 쾅 하고 맞은 느낌이었다. 그렇게나 기분 안좋다고 속으로 징징댔는데, 한국 다녀오는..
D+45 비가 오는 날
2017. 2. 9. 추적추적 겨울 비가 내리던 날. 항상 화창하고 따뜻할 것 같은 신주쿠에도 추운 바람과 겨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알바 시작하고 처음으로 우산을 들고 출근길에 나섰다. 비가 와서 그럴까, 항상 손님으로 북적북적하던 가게가 오늘은 너무나 한산했다. 하다 못해 런치타임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의 발길은 뚝.나쁜 마음이지만, 솔직하게 털어서 적어보면, 한국같았으면 일이 바쁘지 않으면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해야 할 일은 다 했고, 손님은 오지 않으니 할 일은 없고. 눈치껏 딴 짓을 해도 되고, 일 하는 다른 사람들과 수다를 떨어도 되고. 한층 여유있는 업무 시간이었을 텐데. 여기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할 일은 없는데 눈치는 보이고. 함께 일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