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43 일본에서 처음으로 한 잔, 신오쿠보

2017. 5. 18.
일본에서 처음으로 한 잔

... 한 잔만 한 건 아니지만. 

눈 뜨고 바로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해도 되는 즐거운 휴일.

오전 내내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철저하게 이불 속에서 지냈다. 
아. 행복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밖에서 룸메랑 저녁을 먹기로 했다. 
만나기로 한 곳은 신오쿠보 거리

신오쿠보 역을 중심으로 주변을 신오쿠보 거리, 혹은 신오쿠보 한인타운 이라고 한다. 


신오쿠보는 식재료 사러 가고, 구경만 했지
사실 그 이상은 신오쿠보에서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없다. 
이번에 룸메가 신오쿠보에서 저녁을 먹자고 제안을 해 왔다. 
한국 음식이 그리웠던 차에 즐겁게 결정.

항상 컴컴한 밤에만 걷다가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밝은 시간에 걸었던 신오쿠보 거리.

밤에 보던 느낌과는 또 달랐다. 
한글 간판만 보면 일본이 아니라 한국 같은 느낌이다. 

** 아, 일본어를 읽을 줄 안다면 바로 보이는데, 
일본에서는 지금 '치즈 닭갈비' 가 엄청난 유행이다.
한국 음식, 하면 치즈 닭갈비가 바로 떠오를 정도라고... 

치즈 닭갈비로 유명한 곳은 주말에 4시간 웨이팅은 기본이란다. 

사람이 참 많았다.

일본인은 대충 절반, 나머지는 한국인과 기타 아시아 사람들.
일본인데도 일본 같지 않은 생소함.

한참을 걷다가,
룸메를 만나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정한 메뉴는...


으오아아아아와아아아ㅏㅏㅏ앙

치킨이다. 치킨. 
눈물 날 것만 같았다. 
거의 150일 이상 구경도 못했던 한국식 치킨이다!

양념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룸메가 양념을 좋아한다기에
메뉴 선정은 룸메에게 맡겼다. 

그리고 난... 

캬. 

캬하.

캬하하하.

치킨에 소주.

맥주는 잘 안 받아서 한국에서도 치킨에는 소주를 많이 마셨는데,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이렇게 먹는다. 
으아 !! 너무 그리웠다 치소야. 하하하하하

치킨이랑 소주 한잔을 털어 넘기는데 
훌쩍, 울 뻔했다. 엄청 그리웠다. 
일본 음식에 슬슬 한계가 오고 있었는데, 리프레시 하는 느낌이랄까. 

생활패턴이 완전히 달라서 평소에
서로 자는 모습만 보는 룸메와 오랜만에 '한국어' 로 이야기도 하고, 
한국에서 먹던 치킨과 소주 한 잔에

이곳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일본의 일상에 대해서 잘 몰라서,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아서 본의 아니게 
어리숙한 어린 아이 같아져 버린 나의 모습에서
잠시 나마 벗어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정말 맛있게 저녁을 먹고, 신오쿠보에서 집까지 걸었다. 
어둑어둑한 밤이지만 산책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잠깐이지만 즐거웠던 저녁 식사. 
이렇게 마음이 후련해 질 것이었다면 
진작 한 번쯤 혼자라도 가볼 걸 그랬다. 

이렇게 이번 휴일에 
마음의 에너지를 가득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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