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8 무작정 집 밖으로

2017. 4. 13.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집 밖으로 나왔다. 

다시 돌아온 휴일.
역시 쉴 때는 확실히 쉬자! 는 생각으로 
아침 일찍 눈을 떴지만, 좀 더 게으름을 피우고...

몇 시간이 지났을까, 베란다 커튼을 젖히니
화창한 햇살이 집 안으로 가득 들어왔다. 

아... 이번 휴일은 정말 집에 있으려고 했는데...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정말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물론, 항상 계획을 세우고 밖을 나오지는 않았지만
원래 오늘은 집에서만 있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뭘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 일단 역으로 가자!

전철에 올라 무작정 신주쿠로 향하다가 문득,
점심을 먹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나고, 배가 엄청나게 고파왔다. 

이미 전철에 올라 버렸고, 
에라 모르겠다. 외식이나 하자, 하는 마음에 
예전에 한번 가봤던 100엔 스시집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케부쿠로 쿠라스시.
오후 3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지만,
기다려야 했다! 혼자 왔고, 카운터 석 만큼은 자리가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 배고프지만 기다렸다. 어쩌겠어, 번호표까지 뽑아 버렸는 걸. :'(

한국에서는 혼자 밥 먹는 것이 은근히 눈치 보였는데,
일본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기도 하고, 혼자 먹는 것이 더 편한 환경이기도 한 것 같다.
100일 약간 밖에 안 됐는데도 스스로 변한 부분이 보이는 것이 신기하기도, 뿌듯하기도 했다. 훗.

스시를 먹으면서 
이제 뭘 해볼까, 어디를 가 볼까 고민하고, 인터넷으로 검색 해 보면서 
나름의 계획을 세워 봤다. 

스시를 먹는 동안 왜 이리 행복하던지.
이렇게 사치스럽게 밥 먹으면서 일 걱정 없이 뭘 하며 놀까, 고민하다니. 
배실배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옆에서 먹던 사람이 보면서 이상해 보였을 지도. 

오랜만의 스시였다. 
방사능이 조금... 은 걱정되긴 하지만 
맛있게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었던 것일까, 스시가 맛있던 걸까. 하하.

다 먹고 밖으로 나왔는데,

이럴 수가. 생각지도 못한 비가 왔다. 
이케부쿠로에 왔으니, 이케부쿠로의 랜드마크인
선샤인 60(링크)을 가 볼 생각이었는데, 이래서는 가기가 어려웠다. 
그냥 비를 맞고 걸어 갈 정도의 비가 아니었다. 
방금까지는 분명 화창했는데... 

마냥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는 시간이 아깝고, 
바로 옆에 있던 무인양품으로 들어갔다. 

한국에도 무인양품이 생긴지는 꽤 오래됐지만, 
한국에서는 한번도 가 보지 못했었다.
난 무인양품의 대충의 이미지만 가지고 있지
이곳에서 뭘 만들고, 파는지는 잘 몰랐다. 

본의 아니게 무인양품 첫 경험(?).

우아. 옷부터 시작해서 온갖 물건들을 파는데,
가게 내부도 깔끔하고 상품들도 정말 심플 그 자체...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신기하고 즐거웠다, 

제일 귀엽게 진열되어 있던 아이들 옷. 

한참을 둘러보고, 만져보고, 사용해 보고
실컷 윈도우 쇼핑을 즐겼다. 
그냥 나가기는 아쉬워서 간식으로 먹을 것들 몇 개 챙겼다. 

긴 시간 동안 구경하고
간식거리도 봉다리에 대롱대롱 들고 있다 보니
굳이 다른 곳을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봉지 들고 선샤인 60 전망대 가기는 괜히 망설여지는 느낌.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그냥 윈도우 쇼핑이나 하자. 는 생각으로
다음은 빅카메라로 향했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

빅카메라를 간 이유는, 
집에서 쓸 무드 램프를 사고 싶었다. 
혼자서 음악을 들으면서 책도 읽고 뭐라도 끄적이고 싶은데
형광등 불빛이 분위기를 깨는 느낌에. :'( 

빅카메라 와서 헤드폰으로 음악도 들어보고,
컴퓨터도 만져보고, 
게임을 안하고 살지만, 게임기도 만져보면서 또다시 한참을 윈도우 쇼핑. 

일본의 유명한 가정용 감정 리액션(?) 로봇 페퍼.
페퍼하고도 장난치면서 시간도 보내봤다.
동영상도 찍었는데, 민망해서 영상은 나 혼자 가지고 있는 걸로.

아아, 목적이었던 무드 램프는 너무 비쌌다. 
그냥 그림의 떡이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불빛을 보면서, 천 단위의 가격표에 아쉬움 가득.


야심 차게 계획을 세워서 
여기도 가 보고 저기도 가 보자!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자!

... 했으면 지금 이렇게 하루를 보낸 것이 조금은 아쉬웠겠지만,

아무런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별 일을 하지 않아도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혼자 소소한 사치를 부리며 외식도 하고,
처음 가보는 가게에서 여러가지 구경도 하고, 
로봇하고 인사도 나누고 장난도 쳐 보고. :) ㅋㅋ

이렇게 또 한번의 휴일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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