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7 집세 그리고 봄 산책

2017. 3. 23.
집세 내는 날, 그리고 산책

바쁜 일상이 지나고 또 다시 쉬는 날.
출근하는 6일이 어떻게 지나가는건지, 눈 깜짝할 새에 바로 쉬는 날이다. 

일본에 오기 전 생각했던,
마냥 일본을 즐기고, 새로운 기분을 느낄 것만 같던
일본 생활의 환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말도 완벽히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일 하면서 조금이나마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

특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늘이 마침 집세 내는 날이다.
돈 벌지 못했으면 지낼 집 조차 없었던 것 아닌가...!
부자가 아닌 이상 이게 바로 현실이겠지. 흑흑

따로 집세를 송금할 수 있는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금으로 집세를 준비해서 집세 내러 주인댁으로 아침부터 출발했다. 
마침 딱 여기, 도쿄는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해서, 산책하기 딱이다. 
그리고 슬슬 꽃이 피기 시작하는 중이라 더더욱 산책하기 좋다.

집세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답답했지만, 
피기 시작하는 꽃들을 보며 슬쩍 기분이 좋아졌다. 

노란 꽃을 찍으려다가 마침 딱 타이밍 좋게 지나가던 전철. 

철길 옆으로 피어난 노란 꽃을 바라보며, 
콧노래를 흥얼흥얼


주인댁에 도착해서 집세를 냈는데,
마침 점심 먹을 시간이니 점심을 사주신다고 
근처 한국 음식점으로 데려가 주셨다. 

처음으로 일본에서 먹는 일본식 한국 음식.
나름 육개장이다 육개장!
일본에 와서 내가 만든 음식 말고는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먹었다!

나름 일본에서의 첫 한국음식 기념 사진.
혼자 밥 먹기 전에 사진 찍는 것이 민망해서 서둘러서 찍었다. 하하.

밥의 양이 좀 부족한게 흠이었지만, 
얻어먹었는데 그게 무슨 대수랴. 
진짜 맛있게 먹었다. 

다만 먹으면서 엄마가 해주신 집밥이 생각났다. 
엄마가 보고 싶다. :'(

먹은 밥도 소화 시킬 겸, 봄 햇살로 따뜻한 골목길을 느긋하게 걸었다. 
그리고 걷다가 발견한 벚나무.

아직 집 근처에는 벚꽃이 피지 않았었는데,
골목 한 가운데 있던 나무에는 벌써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꽂봉오리와 막 피기 시작한 벚꽃들이 내 눈길을 훔쳤다.

우앙. 반가워서 한참 고개를 들고 쳐다보다가
벚꽃과 헤어지기 전에 찰칵.  

여전히 출근하고, 퇴근할 때는 날이 쌀쌀해서 늦겨울 같았는데,
한 낮에 나와보니 정말 봄이다. 

따뜻했던 한 낮의 산책. 
이렇게 따뜻하게 날씨 좋은 날, 아무 생각없이 산책해 본게 언제더라.
생각해 보니 한국에 있었을 때는 이렇게 산책 해 본적이 까마득 한 것 같은데.
이렇게 일본까지 와서 하게 된다. 

봄이 다 지나가기 전에 벚꽃놀이라도 나가야겠는데.
계획을 좀 세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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