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 벌써부터 그리워, 한국

2017. 1. 18.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일본 도쿄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신주쿠 한 가운데 가부키쵸 입구의 음식점이다. 
술집이 아니라서 아주 늦은 야간 일이나 어려운 고객들을 상대하는 일은 없지만, 가게의 특성상 손님들의 회전율이 빨라서 반복적인 업무가 많다. 

손님 들어올 때 "いらっしゃいませ!(이럇샤이마세, 어서오세요)"
손님 나갈 때 "ありがとうござました!(아리가토고자이마시타, 감사했습니다)"
한창 일 하며 가게 입구를 바라보고 있으면 손님이 들어오는게 보인다. 그러면 바로 인사!

그렇게 오는 손님에게 인사 하다가, 처음 보지만 굉장히 익숙한 얼굴을 마주할 때가 있다. 바로 한국인 분들!

관광객이 많은 신주쿠의 특성상, 많은 나라의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 분들을 보게 되는데,
그 중에서 한국인 분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겨우 23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반가울 수 있을까.

매일 짧게는 7시간, 길게는 9시간 동안 
아직 미숙한 일본어로만 듣고 말하고, 일본식으로 반응하고 행동하며 지내는 그 시간 동안은 
유난히, 내가 일본 사회 안에서의 '소수자' 임을 철저하게 느끼게 된다. 
나의 어눌한 발음에 갸우뚱 하는 손님들의 표정
내 일하는 방식을 보고 한국에서는 이러냐고 묻는 다른 직원들 등등

한국에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생소한 느낌이다.
일본에 오기 전에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두근두근 거렸지만
일본에 와서 느껴지는 여러가지 느낌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이럴 때, 같이 대화는 나눌 수 없지만 적어도 "안녕히 가세요!" 라고 말해드릴 수 있는 한국인 손님이 올 때가 정말 기분이 좋다. 
이것도 한국에서 전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
일본인밖에 없는 곳에서 한국인을 만났을 때의 왠지 모를 반가움과 편안함, 그렇게 한국이 그리워지는 순간.

정말 신기한게, 일 하다가 한국인하고 마주치게 되면 정말 희한하게도 몇 번 일본어 발음이 꼬인다. 
순간적으로 내 뇌가 나는 지금 한국에 있다고 착각하나? 

.

오늘 따라 한국인 분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이 끝난 후, 계속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몽글몽글하고 흐릿한 생각 덩어리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어보고 싶었는데 지금도 제대로 적어지지가 않네.

퇴근하다가 문득, 한국광장이 떠올라서 퇴근길에 들러 일본 카레가 아닌, 한국의 오뚜기 카레를 집어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일본어 반, 한국어 반의 말소리가 도란도란 들리는 오오쿠보역을 들러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따라 한국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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