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23.
점장님에게 시간 바꿔달라고 말했다.
알바 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바꿔달라고 했다.
"다이죠오부 데스까?"
- "다이죠오부쟈 나이요!"
원래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밤 절대 못 새고, 밤을 새면 그 다음날 나도 모르게 헛소리 한다.
새벽 넘어가면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잠들어 버린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단순 알바를 할때는 무조건 아침 혹은 낮이었는데,
이번에 알바를 구하면서, 점장이 되는대로 시프트를 넣어주겠다면서
첫 이틀은 15시부터 0시까지, 그 후 3일은 11시부터 18시까지,
그리고 내일까지는 17시부터 0시까지.
0시까지 알바 하는게 뭐 그리 어렵나, 뭐 그 시간에도 잠자리 들지 않고 논다면 놀 수 있지 않나, 한다면
솔직히 할 말은 없다ㅋㅋ 그런데 노는 것과 일을 하는 것은 다르다!
많이 늦은 시간도 아니고 그냥 0시까지 일 하는 것 뿐이고 잠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밤에 일하기 시작하면 나의 머릿 속은 탁해지기 시작한다.
한국이어도 실수를 연발하는데, 일본에서는 오죽할까.
손님 앞에서 일본어가 꼬이는 것은 다반사요, 일하면서 정신 놓고 있다가 실수는 기본 옵션이요,
내 손을 끓는 물에 넣지를 않나 칼이 눈앞에 있는데 손을 갖다 대질 않나 ㄷㄷ
정신을 차리려고 몰래 초콜릿 입에 물고 오물오물 해 보기도 하고 눈치껏 스트레칭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알바가 끝날 시간, 난 좀비가 된다.
가게에서 마카나이를 주는 것도 아니어서 배는 고프지, 잠은 오지...
도저히 이렇게는 집중해서 일 못하겠다 싶어서, 염치 불구하고 점장에게 시간 바꿔달라고 말했다.
"열심히 일 하고 싶은데, 아침과 밤에 일을 하면서 느껴 보니까, 아침이 훨씬 일 하면서 집중이 더 잘 되고
실수도 덜 합니다. 밤에 일 할때는 실수도 자주 하고 일본어도 자꾸 잊어버려서 가게에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괜찮으시다면 낮에만 일 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도 괜찮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다이죠오부쟈 나이요!"
이렇게 말 하시면서도, "11시부터 18시가 좋다는거지?!" 하며 즉석에서 시간을 바꿔 주셨다.
그래서 내일부터 오전시간으로 고정!
같이 일하는 분들께도 미안하고 점장님에게도 미안하지만, 한번 폐를 끼치는 것이 낫지, 계속 실수하는 것 보다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에 더듬더듬 버벅여가며 겨우 부탁드렸다.
시간 옮겼으니 더 열심히 합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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