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18.
일본에서 처음으로 한 잔
... 한 잔만 한 건 아니지만.
눈 뜨고 바로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해도 되는 즐거운 휴일.
오전 내내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철저하게 이불 속에서 지냈다.
아. 행복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밖에서 룸메랑 저녁을 먹기로 했다.
만나기로 한 곳은 신오쿠보 거리.
신오쿠보 역을 중심으로 주변을 신오쿠보 거리, 혹은 신오쿠보 한인타운 이라고 한다.
신오쿠보는 식재료 사러 가고, 구경만 했지
사실 그 이상은 신오쿠보에서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없다.
이번에 룸메가 신오쿠보에서 저녁을 먹자고 제안을 해 왔다.
한국 음식이 그리웠던 차에 즐겁게 결정.
항상 컴컴한 밤에만 걷다가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밝은 시간에 걸었던 신오쿠보 거리.
밤에 보던 느낌과는 또 달랐다.
한글 간판만 보면 일본이 아니라 한국 같은 느낌이다.
** 아, 일본어를 읽을 줄 안다면 바로 보이는데,
일본에서는 지금 '치즈 닭갈비' 가 엄청난 유행이다.
한국 음식, 하면 치즈 닭갈비가 바로 떠오를 정도라고...
치즈 닭갈비로 유명한 곳은 주말에 4시간 웨이팅은 기본이란다.
사람이 참 많았다.
일본인은 대충 절반, 나머지는 한국인과 기타 아시아 사람들.
일본인데도 일본 같지 않은 생소함.
한참을 걷다가,
룸메를 만나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정한 메뉴는...
으오아아아아와아아아ㅏㅏㅏ앙
치킨이다. 치킨.
눈물 날 것만 같았다.
거의 150일 이상 구경도 못했던 한국식 치킨이다!
양념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룸메가 양념을 좋아한다기에
메뉴 선정은 룸메에게 맡겼다.
그리고 난...
캬.
캬하.
캬하하하.
치킨에 소주.
맥주는 잘 안 받아서 한국에서도 치킨에는 소주를 많이 마셨는데,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이렇게 먹는다.
으아 !! 너무 그리웠다 치소야. 하하하하하
치킨이랑 소주 한잔을 털어 넘기는데
훌쩍, 울 뻔했다. 엄청 그리웠다.
일본 음식에 슬슬 한계가 오고 있었는데, 리프레시 하는 느낌이랄까.
생활패턴이 완전히 달라서 평소에
서로 자는 모습만 보는 룸메와 오랜만에 '한국어' 로 이야기도 하고,
한국에서 먹던 치킨과 소주 한 잔에
이곳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일본의 일상에 대해서 잘 몰라서,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아서 본의 아니게
어리숙한 어린 아이 같아져 버린 나의 모습에서
잠시 나마 벗어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정말 맛있게 저녁을 먹고, 신오쿠보에서 집까지 걸었다.
어둑어둑한 밤이지만 산책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잠깐이지만 즐거웠던 저녁 식사.
이렇게 마음이 후련해 질 것이었다면
진작 한 번쯤 혼자라도 가볼 걸 그랬다.
이렇게 이번 휴일에
마음의 에너지를 가득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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