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39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 일본의 분위기

2017. 5. 14.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
그리고 일본의 분위기

일본에서 열심히 일 하면서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와는 달리,

2017년 5월 10일.
혼란스러웠지만 뜨거웠던 겨울을 지나고 드디어,
공식적으로 한국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yahoo.co.jp


오늘, 같이 일하시는 분이 나에게 
한국의 대통령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조금 당황스럽고, 답답한 느낌.

오늘의 포스팅은 내가 개인적으로, 주관적으로 느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생각, 분위기를 적어볼까 한다. 

구체적인 내용의 출처나 자료를 첨부하지 않았다.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으로 
'주관적으로' 포스팅 한 것으로, 완벽한 사실이 아닐 것이다. 


내가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로 첫 발을 내딛었을 때는
한창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을 때 였다.
그 후 일본에서 일을 하면서 한국의 정치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받았었는데, 

당황스럽고, 화가 날 정도의 질문도 있었지만,
일본어 실력도 부족하고, 겨우 구한 일자리에서 처음부터 날을 세우고 싶지는 않았다. 

- 한국은 대통령을 좌지우지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구나. 

-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폭력적으로 생각을 표현하지? 매주 ‘데모’ 하잖아.

- 너도 협상(위안부 협상) 반대야?

- 어떻게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어? 무서운 나라야.

- 한국의 대통령은 다 죽거나 임기 끝나면 잡혀가지?

... 등등.

일본을 잘 알거나 일본에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내가 받은 질문들은 굉장히 부드럽고 완곡한 것 들이라 했다. 

한국의 정치에 대해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일본 사람들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혹은 주관적으로 판단한 내용이기 때문에
모두가 다 그렇다고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일본 TV만 켜 봐도 내가 받은 저 질문들보다도 훨씬
한국의 정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일본. 


출근길의 전철 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소식으로 가득 찬 신문,
TV에서는 취임선서식 생중계와 분석 방송.

... 그리고 ‘반일 정권’, ‘북한의 편’ 이라고 떠들썩하다. 

재외선거를 하러 가기 전 날에도
점장이 나에게 물어보았다.

 ‘반일 후보 뽑을거야?’

나는 얼굴 붉히기 싫어서, 

‘아직 결정 못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되고 나서


“반일 정권이 들어섰다. 친일파를 뿌리 뽑겠다는 뿌리 깊은 반일.

북한이 미사일을 쏴 대고 도발하는 와중에 대화나 하겠다는 이상한 정권.

일본에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 정권. ”


연일 신문이나 방송에서 저렇게 이야기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극적으로 전달하는 느낌. 

물론, 일본의 입장에서는 반일이라고 느낄 수 있다.
부산의 소녀상이 세워지고 처음으로 찾아간 정치인.
독도를 방문한 정치인.친일을 청산하겠다는 정치인.
위안부 합의는 재협상 하겠다는 정치인.

애초에, 일본은

소녀상을 한국 사람이 한국에 세운다는데 간섭 하고
한국의 영토에 한국인이 간다는데 싫은 소리 하고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데 불쾌한 내색 하고
일본 스스로 노력해서 한 합의라고 해 놓고
합의 후에는 위안부 문제는 일본과 아무 상관없는 일인 듯 하면서

한국인 입장에서 당연한 이야기를 함에도
일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반일이라고 몰아가는
일본의 희한한 언론과 일부의 사람들. 


오늘, 나는 출근해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 대통령이 문재인 이라며 ? 반일 주장하던 사람이잖아 ?

한국은 이제 반일 정부네 ?

너 괜찮은거야 ? 

너 한국인이라서 괴롭힘 당한다 ? 하하. ”


물론, 험악한 얼굴을 하며 나에게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니다.
내가 그 만큼 편하고 친하다 생각하기 때문이겠지만
불쾌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스캔들이 터지고
지지율이 급락하던 때, 
북한이 미사일로 도발을 하고, 
한국의 정세는 불안정했기 때문에 
대다수의 언론과 정치인들은 아키에 스캔들은 저 뒤로 하고 

북한의 미사일을 들먹이며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한국에서조차 철이 지나버린 '북풍' 을 이용한다. 

"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로 위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반일의 대통령이 탄생하려 하고 있다. "

그리고 우습게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처음부터 아키에 스캔들도
일본의 일부 언론에서는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의 스캔들이다' 라고 보도하지 않고 
'고위 관료의 스캔들' 이라며,  '누구인가' 를 명시하지 않기도 했다. 

일본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 
정치는 쓸데 없고 귀찮고, 어렵고, 고루하다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자극적인 '반일' 에는 반응하며 이웃 나라를 보며 수군수군. 


... 일본은 이런 분위기가 팽배해 있음에도 
한국의 촛불 시위를 보며, 탄핵을 보며, 선거를 보며
무서운 나라, 거친 나라, 일본을 싫어하는 나라라고 
한국을 표현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일본에서 생각하는 한국의 정치. 

일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몇몇 부분에서는 내 뚜껑을 활짝 열리게 해 준다. 


... 화도 나고, 안타깝고, 속상해서
두서 없이 생각 나는 대로 줄줄 적어 내려왔다. 

속에 불이 나는데, 맥주나 한 캔 하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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