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2 처음으로 점장과 긴 대화
2017. 2. 26. 처음으로 점장과 길게 대화했다. 정말 기록하고 싶을 정도로 역사적인 날이다. :')여러번 언급했지만, 알바하고 있는 가게에서는 다들 말도 별로 없고 그나마 다른 일본인 직원분들 끼리는 말 잘 하지만 결국 외노자인 나하고는 정말 아무런 대화가 없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점장하고 길게 대화했다! 주제가 조금... 내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쉬는 날엔 여자친구하고 놀아? · 여자친구가... 없습니다... :'(- 아 그렇구나. 일본인 여자친구 사귈 생각은 없어? · 전 국적 상관 없이 그냥 좋으면 좋습니다. 하하- 나하고 친한 사람 중에 한국인하고 사귀는 사람 있어. 신기하던데? 이런 사람 본 적 있어? · 네 있습니다. 주변에 좀 있어요. 어떤 분이신데요? - 건너편 카페 하고 있..
D+61 여전한 옆집
2017. 2. 25. 여전한 옆집이번달 초, 옆집에서 쿵쿵 벽을 쳐대며 욕하던 내용을 기록한 적이 있었다. 링크 저 일이 있은 후에 계약했던 집 주인, 그리고 부동산에게까지 상황을 전했다. 당시에 있던 커다란 소음과 욕하는 목소리는 녹음해 두었고,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오늘도, 그랬다. 저번만큼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부러 베란다 여닫이 문을 세게 닫고 TV 소리를 매우 크게 해서 방 안에 조용히만 있어도 옆집의 소리가 다 들렸다. 설거지를 하는데도 쿵,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는데도 쿵, 다른 집에서 시끄럽게 했던 상황인데도 우리집에 쿵.이 외에도 여러 방법으로 굉장히 민폐를 주고 있다. 1. 욕 (한국인 이XX들, 한국으로 꺼져라, 등등) 2. 오전 6시에 세탁기를 사용해서 잠을 깨게 함 ..
D+60 뒤늦은 계약서
2017. 2. 24. 아르바이트 계약서 작성.일을 시작한지 한달이 훌쩍 지났다. 여전히 알바 하면서 모르는 일이 많지만, 어느정도는 혼자서 기본적인 일은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너무 떨리고 걱정됐는데, 역시 시간이 약!오늘도 힘내서 출근을 했는데, 점장님이 날 부르더니"도장 가져왔니?" "네? 아니요, 안가져왔는데요."갑자기 예고도 없이 도장을 가지고 있냐고 하시길래 당황했다. 점장은 그 길로 가게 밖으로 나가셨다. 몇 분 후, 점장이 백엔샵에서 내 성이 새겨진 도장을 사왔다. 내 이름에 쓰인 한자가 일본에서도 성씨로 사용하는 한자라 쉽게 백엔샵에서 사왔다고 하셨다. ( ※ 일본에서는 중요한 문서에는 꼭 본인의 도장이 필요하다. 서명은 효력이 없다. )도장을 주시면서, 4장이나 되..
D+59 휴일엔 청소
2017. 2. 23. 드디어 쉰다! 하지만, 청소를 했다. 7일간의 휴일 없는 알바를 끝내고 드디어 휴일이 되었다. 평소 휴일 처럼 밖에 골목길도 돌아다니고, 마트가서 장도 봐 왔다. 늦잠도 자고 낮잠도 잤다. 엄청난 사치 :)대신, 오늘은 집안 대 청소를 했다. 나만 휴일이니까, 룸메는 일하러 나갔고, 그 사이에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했다. 침대 밑의 한참동안 쌓여있던 더러운 먼지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꽂혀 있던 공책과 청구서들 대충 접어 넣어버렸던 옷들 무질서하게 넣어놨던 냉장고 속 내용물들 집안에 점점 쌓여만 갔던 쓰레기들까지...! 친절한 한국어 설명.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화장실 청소까지. 화장실은 항상 깨끗하게 쓰는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더러워 진다. 아무래도 물을 많이 쓰는 곳이기도 하..
D+58 혓바늘
2017. 2. 22. 혓바늘연속 7일째 알바. 쉬지 않고 일하는 분들도 참 많겠지만, 난 7일 연속은 좀 힘들었다. 한국을 다녀오고 나서 오늘 까지 계속 일만 한 셈이다. 오늘 아침, 잠에서 깨서 물을 마시는데 혓바닥 끝에 처음 느껴보는 통증을 느꼈다. 그 부분을 거울로 확인해 보니, 하얗게 여드름 처럼 올라와 있었다. 괜히 무서워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혓바늘이란다. 혓바늘은 내 인생에서 처음 경험해 봤다. 원래 잇몸과 입 안 피부에 구내염이 자주 나서 항상 알보칠과 구내염 연고를 끼고 살았는데, 구내염과는 다른, 처음 느껴보는 통증에 놀랐다. 일을 할 때, 손님들께 음식을 내어 드릴 때 말을 해야 하는데, 혀를 굴릴 때 마다 혀가 찌릿찌릿 해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얼굴에 난 트러블이면 확 짜..
D+57 역시 한국인
2017. 2. 21. 역시 난 한국인이다. 며칠 전 부터 집에 김치가 떨어졌다. 급여일도 아직 남았고, 생각보다 돈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아서 최대한 장을 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김치도 사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본에서는 김치가 비싸니까. 김치 1kg 사면 가벼운 밥 한끼 가격은 그냥 넘어버리니, 생활비를 아낄 생각을 하려면 당연히 '김치는 참아보자.' 라는 생각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밥 먹을 때마다 뭔가 빠진 느낌에 힘들었다. 정작 한국에서는 김치가 그렇게 생각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까지 내 식생활에서 김치의 빈 자리가 클 줄은 몰랐다. 그래서, 돈이 걱정되지만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을 정했다. 일을 마치고 한국광장을 가기로! 링크도착해서 바로 김치로 돌진! 역시 항..
D+56 싱숭생숭
2017. 2. 20. 싱숭생숭오늘도 어김없는 출근, 매일 같이 마주하는 출근길이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오늘 아침은 17도를 넘어가는, 봄이라 해도 좋은 날씨였다. 출근하는 시간이 그다지 기분 좋은 시간은 아닌데 좋은 날씨 덕분에 기분 좋게 출근했다.날씨가 좋아서일까, 월요일인데도 손님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오늘따라 친구끼리, 커플끼리 온 사람들이 많아서 괜히 신경이 쓰였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점 처럼 금방 먹고 일어나는 시스템이다.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면서 식사를 즐길만한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같이 오는 손님들이 이렇게 많다니!솔직하게 말한다면, 괜히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고, '정말' 신경이 쓰였다. 이렇게까지 신경이 쓰일 줄은 생각도 못했네. 아..
D+55 정말 바빴다
2017. 2. 19. 정말 바빴다. 지금까지 알바 하면서 가장 바빴던 날이었다. 항상 바빴다, 힘들었다 라고 했지만 아.. 제일 바빴다. 주말, 공휴일에는 어느 음식점이나 다 바쁘겠지만 유독 관광객 분들도 많았고, 단체 손님들도 많았다. 게다가, 원래 최소 3명은 함께 같이 일 하는데, 한 분이 집안 사정으로 갑자기 못나오게 되어서 나와 나이 많으신 한 분이 일 하는 사람의 전부였다. 주말이기도 하고, 한 분이 못나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음식 재료 준비를 평소보다 훨씬 많이 해 두었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이미 준비해 둔 재료들은 동이 나 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다듬고, 씻어야만 했다. 두 명이서 재료 준비하고, 손님 맞이하고, 주문 받아서 음식 내고, 설거지..
D+54 동네 한 바퀴
2017. 2. 18. 저녁에 동네 한 바퀴알바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중, 집에 들어가지 않고 괜히 또 걷고 싶어져서 동네를 돌았다.내가 일이 끝날 때면 밖은 막 밤이 된 시간이다, 맑고 화창한 것도 좋지만, 어둑어둑한 분위기도 좋다. 집에 바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진 기분을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알바를 시작하기 전에는 할 일이 없으니 줄곧 동네를 돌아보곤 했지만 어두컴컴해지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면 그냥 집에 콕 박혀있었기 때문에 이런 시간에는 동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른 동네는 이 시간에 돌아봤어도 왜 정작 동네는 돌아보지 않았는지. 동네의 상점가는 퇴근길인 사람들로 분주했다. 낮에는 볼 수 없었던 반짝거리는 간판들 퇴근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밥집, 도시락집과 반찬가게 도란..
D+53 무념무상
2017. 2. 17 무념무상(無念無想)여전히 어제와 같은 하루. 어제 유난히 몸도 마음도 힘들어서, 아침 출근길의 발걸음이 조금도 가볍지 않았다. 마음은 집 안에 있는데 몸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는 기분.평소와 다름없이 집을 나서고 평소와 다름없이 전철을 타고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를 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손님을 맞고 평소와 다름없이 청소를 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을 했다. 오늘은 일 하면서 내가 스스로 '기계' 가 되었다 생각 해 봤다.무념무상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다른 생각 하지 않고 마냥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옆에서 같이 일하시는 분이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말 할 정도로 움직였다. 그렇게 일 하고 나니, 금방 시간이 지나가 버린 느낌. 무념무상. 오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