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1 시즈오카 여행 2일차

2017. 3. 27.
시즈오카 여행 2일차.

여행 이틀 째.

다행이 아침에 비가 그쳤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골목길 누비기. 

하늘을 보면, 먹구름도 있었지만
푸르고 높은 하늘도 볼 수 있었다. 

시즈오카 시의 골목길을 한참 누비다가, 
시즈오카의 상징인 슨푸성을 가기로 결정.

시즈오카의 옛 지명인 슨푸(駿府).
시즈오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슨푸성이 있던 자리에 있는 공원이다. 



사실 저 공원을 가기 전에 아무런 사전 조사 없이 무작정 가서,
슨푸 성이라길래 성이 멀쩡하게 있을거라고 당연히 생각했지만, 

... 성은 일부만 있었고 아직 발굴 중 이었다. 
그래서 슨푸 성 공원이었던 것으로...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날씨가 참 변덕스러웠다.

신시즈오카 사거리.
비가 엄청 내리는 통에, 다시 한번 상가 안으로 비를 피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시즈오카 역 안의 상가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결정.

조금의 보정도 거치지 않은 실물 사진.

소바(そば), 나마에비(生えび, 생새우), 카키아게(かき揚げ, 여러 재료를 튀긴 튀김)
주 재료는 사쿠라에비(桜えび).
심해에 사는 새우의 종류인데, 시즈오카에서 일본 소비량의 100%가 어획된다고 한다.
사쿠라에비는 그야말로 시즈오카의 명물. 
특히 사쿠라에비는 일년에 딱 두 번. 봄과 가을에만 잡히기 때문에, 지금이 가장 제철이다. 

시즈오카까지 왔으니 시즈오카에서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자! 하는 마음으로 먹었다. 
... 그냥 정말 맛있었다. 아예 빠져버렸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니 또 비가 그쳤다.

시즈오카 역 밖으로 나와서 찍은 사진.
하늘을 합성 해 놓은 것 같이 정말 아름답게 떠 있는 구름.

몇 년 만에 제대로 하늘을 본 것 같다. 


시즈오카에서 정말 보고 싶던 것이 있었다. 
바로, '후지산(富士山)' 이다. 

일본의 산 하면 바로 떠오르는 후지산. 
한라산의 거의 두배에 육박하는 큰 산이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서, 못 볼 것 같았다.
점심을 먹으며 검색을 해 보았더니, 날씨가 좋지 않으면 후지산이 
아예 보이지 않는단다. 으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마음에 
역시나 무작정 보러 가지고 했다. 못 보면 어쩔 수 없고. 

후지산을 볼 수 있는 지역은 여러 곳이 있지만,
시즈오카에 온 만큼, 볼 수 있다면 시즈오카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보고 싶었다. 
그래서 후지산을 볼 수 있는 곳 중 정말 유명한 '미호노 마츠바라(三保の松原)' 로 향했다.
미호로 가기 위해, 우선 시즈오카의 시미즈(清水)로. 

시미즈 역에 도착.

시미즈 역에서 미호노 마츠바라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버스수상버스(페리)가 있다. 큰 맘 먹고 수상 버스를 선택!

시미즈 역 동쪽 출구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카시노 이치(河岸の市) 가 있다. 

이 곳에 수상버스 정류장이 있다.

그냥 무작정 타러 갔는데 웬걸, 
오늘의 막차 였다! 10분이라도 늦었으면 아예 못타고 돌아갈 뻔 했다. 

그리고 출발! 

수상버스를 타기 전 까진 비가 오다가 멈추다 했는데,
버스에 타고 나서 비가 그쳤다. 그리고 무지개도 떴다!
얼마만의 무지개인지. 신기했다.

수상버스 안에서 20분, 

버스 안에서 ...

후지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아우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수상버스 선장님이 말하길,
어제부터 계속 후지산이 보이지 않았고, 방금 전 까지도
구름에 가려서 볼 수 없었는데 지금 막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해 주셨다. 

야호!

이곳에서 보이는 후지산이 
후지산의 '여성적인 모습' 이라고 한다. 

사진으로는 차마 다 담을 수 없는 광경.
웅장한 느낌까지 담기가 어려운게 조금 아쉽다.

그리고 미호에 도착.

이곳에서 일반 버스로 갈아타서 미호노 마츠바라 입구까지 도착했다.

소나무 사잇길을 쭉 걷다보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미호노 마츠바라.

소나무 숲을 지나 바닷가를 가면 후지산이 보인다.

그리고 숲을 지나 바다를 바라보면,


후지산이다!

날씨 탓에 아예 못 보고 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제대로 보게 되다니.
시즈오카에 여행 온 보람이 느껴졌다. 

막상 이렇게 사진을 찍으니
눈으로 느낀 느낌과는 또 다르지만, 적어도
직접 봤던 그 느낌을 떠올리게 된다. 멋있다. 

후지산을 등 지고 바라본, 반대의 방향으로 돌아보면
먹구름이 잔뜩 껴 있지만 미호노 마츠바라의 경치도 대단하다. 

한참을 넋을 놓고 후지산과 하늘과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어둑어둑 해졌다.
해가 질 때까지 한참을 있다가 버스 정류장까지 갔더니 완전히 밤.

버스를 타고 시미즈 시내로 왔다.

시미즈 상점가. 밤 8시 약간인데도 상점가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정말 시골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느낌.

한참을 돌다가, 조그마한 식당에서 돈가스 정식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어제에 이어 비가 왔다가, 맑았다가...
변덕스러운 날씨와 함께 시작했던 2일차 시즈오카 여행. 

하마터면 보지 못할 뻔 했던, 가장 보고 싶었던 후지산도 보고,
제철 특산물인 사쿠라 에비로 만든 음식도 먹고.

하루가 어떻게 가버렸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지만 재미있었다.

이런 여행을 위해서 내가 일본에서 워홀을 하고 있구나,
일 하면서 외롭고, 힘들 때도 있지만 잘 견디고 있으니
이렇게 여행도 올 수 있구나! 

뿌듯하고, 즐겁고, 두근두근한 마음.

여행 때 만큼은 하루가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 





 모든 의견과 댓글 · Comment 환영합니다 :)

 궁금하신 점이나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들은 편하게 남겨주세요 !